2019 APA 포럼 "내 인생의 필란트로피"

김영걸 KAIST 발전재단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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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Philanthropy starts with WATCHING

필란트로피는 라틴어로 사랑한다는 “필”과 사람이라는 “안트로프’가 합쳐져서 “사람 또는 인류를 사랑하기”라는 뜻을 가진 단어입니다. 그런데 지구상에는 인종과 문화와 환경이 다른 70억이 넘는 사람들이 살고 있으니 이 중 누구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늘 여러분들께 제가 생각하는 필란트로피의 기본을 watching, touching, catching이란 세 가지의 키워드로 소개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watching부터 시작하지요. 필란트로피는 사랑을 필요로 하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watching 즉, “관찰”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1988년 어느 겨울 아침 유학을 준비하던 최일도 목사는 청량리역 광장에 누워 있던 한 노숙자 할아버지를 보았지만 기차 시간도 급하고 해서 그냥 지나쳐 강원도 춘천에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그 할아버지가 내내 그 자리에 누워계신 모습을 보고는 다가가 말을 걸었습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30년 간 이어진 노숙자 대상 밥퍼사역을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아침에는 할아버지를 눈으로 보았는데 저녁 때는 마음으로 본 것이지요. 시력은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지만 사랑하는 마음은 남을 도우면 도울수록 강해지는 것 아닐까요?

필란트로피스트의 관찰은 도움 대상을 발견하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분들이 어떤 도움을 어떻게 받기 원하는 지까지도 살펴야 하니까요. 1999년 12월 31일 한해의 마지막 날 저희 카이스트 경영대학의 교수, 직원, 학생 자원봉사자들은 자선바자 수익금으로 겨울 파카 600벌을 사서 청량리 밥퍼본부의 노숙자분들께 나누어 드렸습니다. 새 파카면 원하는 색상이나 사이즈가 아니더라도 기쁘게 받아가실 줄 알았던 저희들은 그날 매우 당황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특정 색상, 특정 사이즈만 원하시고 그게 아니면 아예 저희 선물을 필요 없다고 거부하셨거든요. 어려운 형편의 사람들이라고 자신만의 니즈나 취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요. 사랑을 나누기 전에 먼저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잘 살펴야 한다는 귀한 교훈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Philanthropy starts with WATCHING!

 

2. Philanthropy grows with TOUCHING

다음 키워드는 touching입니다. 세상에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고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고 또 이 두 그룹의 사람들을 연결시켜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나눌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금전문가나 자원봉사자들이 있습니다. 아마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 NGO, NPO단체들에도 이런 모금전문가와 자원봉사자들이 평소 많은 노력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기아의 고통에 시달리는 아프리카 어린이를 위해서든 홀로 생활하는 독거노인들을 돕기 위해서든 막상 남에게서 기부를 유도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적십자사의 헌혈캠페인을 예로 들어 볼까요?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 근처에 적십자사의 헌혈버스들이 주차되어 있고 하얀 가운에 빨간 휘장을 두른 분들이 직장이나 학교로 분주히 이동중인 시민들에게 헌혈을 권합니다. 헌혈자가 부족하면 가끔 따라와 소매자락을 붙잡고 권하기도 하지요. 그럴 때 여러분들은 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헌혈버스로 들어가시나요? 그런 분들은 아마 많지 않으실 겁니다. 저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헌혈을 하는 사람이지만 아침 출근 길에 지하철역 근처에서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왜냐고요? 헌혈하다가 지각하면 안 되니까요 ^^

그런데 여러분 혹시 지금으로부터 23년 전인 1996년 미혼모에게서 태어나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가 미국 공군사관학교까지 입학하였으나 만성백혈병 진단을 받고 자신에게 맞는 골수를 이식해줄 기증자를 찾아 한국에 왔던 성덕 바우만이라는 청년을 기억하시나요? 당시 KBS의 성덕바우만 방송을 본 우리 국민들 중에 무려 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원하여 혈액골수검사를 받았습니다. 사관생도들은 단체로 받기도 하였습니다. 적십자 헌혈버스하고의 차이는 무엇이었을까요? 아마도 전자는 Push, 후자는 Pull 방식의 기부유도 라는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길거리에서 누가 소매를 붙잡고 돈이든 혈액이든 기부를 강요하면 외면하게 되지요, 하지만 성덕 바우만 경우처럼 방송을 통해서든 SNS를 통해서든 사람들의 마음을 건드리면 누구든지 스스로 기부하러 나서게 됩니다.

저는 2013년부터 국내 NGO인 기아대책에서 청소년들의 리더십을 키워주기 위한 한톨청소년봉사단을 만들어 단장으로 섬겼습니다. 1년 간의 활동기간 중 매년 4월이면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성라자로 마을을 방문하여 그곳에 사시는 한센병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다과도 전달해 드리고 공연도 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첫해 저희가 방문하였을 때 한센병 환자를 처음 접한 저희 단원들이 겁이 나서인지 가지고 간 다과접시를 할머니 할아버지 무릎 위에 내려놓고는 그분들 얼굴도 한번 보지 않은 채 돌아서서 자기 자리로 달려왔답니다. 그러자 그분들 표정이 굳어지시더군요. 저는 즉시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다가가서 한분 한분씩 두손을 꼭잡고 저희들을 위해서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하다고, 어린 친구들이 정성껏 준비한 공연이니 즐겁게 봐 주십사고 부탁 드렸습니다. 그러자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굳은 얼굴이 조금씩 펴지고 저희 단원들의 공연을 끝까지 즐겁게 봐 주셨습니다. 그날 다과 나눠드린 후 바로 공연으로 들어갔으면 어땠을까요?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분위기 엄청 썰렁했을 것 같습니다.

기부자들의 기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기부자들의 마음을 건드려야 하듯이 기부자들의 사랑을 전달받는 수혜자들에게도 그 사랑이 온전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그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나아가 어루만져드릴 필요가 있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필란트로피는 기부자들과 수혜자들의 마음을 건드리면서 성장한다고 생각합니다. Philanthropy grows with TOUCHING!. ^^

 

3. Philanthropy matures with CATCHING

마지막 세번째 키워드는 catching입니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희 필란트로피스트들에게도 꼭 필요한 원칙인 것 같습니다. 사실 영리를 추구하는 기업이든 비영리 NPO에서든 한 사람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고 또 큰 결과를 기대하기도 어렵지요. 성숙한, 그리고 성공적인 필란트로피는 한 사람의 작은 시도와 열정이 주변의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어 거대한 나비효과를 만들어 내는 경우입니다.

최일도 목사님의 열정이 청량리 밥퍼를 만들었고 “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님의 뜻을 따라 살레시오 수도회는 남수단 지역에 100개의 초등학교를 새로 지을 계획이지요. 또 방송에서 아프리카 마을들의 식수난을 접한 노국자할머니께서는 본인이 직접 동네 폐지를 수집하여 판 돈과 주변 이웃, 교회 분들을 설득하여 모금한 돈으로 지난 13년 간 아프리카와 동남아 국가들에 무려 25개의 우물을 파셨습니다. 저도 노국자 권사님의 강연을 듣자마자 노권사님 팬이 되었고 제게 주신 명함에 나와있는 아프리카 우물파기 계좌로 후원금을 입금하였답니다.

자 이렇게 한 개인의 필란트로피가 우리 모두의 필란트로피로 확산되려면 어떤 과정이나 노력이 필요할까요? 즉 필란트로피 확산의 촉매는 무엇일까요? 저는 세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그레이트 스토리입니다.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사실을 이야기 하라. 그러면 믿을 것이다.
진리를 이야기 하라. 그러면 배울 것이다.
스토리를 이야기 하라. 마음 속에 평생 간직할 것이다.”

스토리의 힘은 참으로 큰 것 같습니다. 밥퍼의 스토리, 울지마 톤즈의 스토리, 우물할머니의 스토리 모두 한번 들으면 마음 속에 꽂혀서 잊으려 해도 잊기가 어렵지요. 여러분들이 어떤 필란트로피 활동을 하시던 그 활동에서 여러 분에게 감동을 주었던 스토리들을 꼭 찾아내시기 바랍니다.

나비효과를 위한 두번째 촉매는 동영상과 SNS입니다. 과거에는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하여 백번 듣는 것보다 한 번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배웠지요. 하지만 요즘은 “백사가 불여일비”의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즉 백장의 사진이 한 개의 감동적인 비데오 보다 못하다는 것이지요. 페이스북, 카카오톡과 같은 SNS덕분에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감동적인 영상 콘텐츠를 만들거나 나눌 수 있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5년 전 기아대책에서 만든 “1리터의 생명”이라는 동영상을 혹시 보신 분 계신가요? 1분 54초짜리 이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무려 120만번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였습니다. 그러자 국내 유명 생수회사에서 함께 나눔프로젝트 진행하자고 바로 제안이 들어오더군요.

필란트로피 확산을 위하여 제가 소개드릴 마지막 촉매는 마중물입니다. 우물에서 처음 물을 길을 때에는 먼저 마중물을 조금 부은 뒤에 본격적으로 펌프질를 시작하지요. 캠페인 모금이든 고액 후원자그룹의 결성이든 필란트로피 활동의 확산에도 마중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길을 걸아가다가도 어디엔가 사람들이 모여 웅성웅성하면 저절로 그쪽으로 시선이 때로는 발걸음이 옮겨지지 않던가요? 인터넷 사용자들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기사들을 많이 검색하는 것도 같은 이치입니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많은 관심을 보이는 대상에 끌리게 되어있지요.

여러 분이 멋진 필란트로피 아이디어가 있어서 관련된 캠페인을 시작하신다면 시작하시기 전에 먼저 이번 캠페인의 마중물 역할은 누가 해 줄 수 있을까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기아대책에서는 4년 전 유산기부 약정을 위해 헤리티지 클럽을 만들었습니다. 마중물은 당시 85세이셨던 저희 어머니 설순희여사셨습니다. 헤리티지 1호였던 저희 어머니가 예상치 못했던 뇌출혈로 다음 해 돌아가시게 되자 그 스토리를 접한 다른 후원자 분들의 추가 가입이 이어졌고 현재 기아대책 헤리티지 클럽에는 13명의 멤버들이 있습니다. 저는 저희 어머니께 헤리티지 클럽 가입을 권유해 드린 것이 제가 평생 어머니께 드린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답니다. 헤리티지 클럽보다 1년 전 시작한 필란트로피클럽은 1억원 이상 고액후원이나 후원약정을 한 분들을 대상으로 한 고액후원자 커뮤니티입니다. 이 필란트로피 클럽의 마중물은 누구였을까요? 제 1호는 노국자권사님, 2호는 저, 그리고 4호는 북한 어린이들에게 매주 5천개의 빵을 수년간 보내주신 베어베터 김정호 대표가, 5호는 소망화장품 창업주이자 기아대책의 오랜 후원자이신 강석창 대표가 맡아 주셨습니다. 이런 마중물 효과인지 필란트로피 클럽은 4년 만에 120명이 넘는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답니다.

제 스피치를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군요. 세가지 키워드를 복습해볼까요?

Philanthropy starts with WATCHING.
늘 마음의 눈으로 주변을 잘 관찰하다가

Philanthropy grows with TOUCHING.
기부자와 수혜자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Philanthropy matures with CATCHING.
나의 사랑을 세상 구석구석 전파하는, 사람 낚는 어부들이 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Mr. Girija Satish, Founder Member President, Nav Bharat Jagriti Kendra, Hazaribag Jharkhand,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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